제목
[기본] 과학 이슈와 대중의 불신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3-06-26 15:33:40
󰏵 내용

인터넷을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와 이슈가 거론된다. 스마트폰, GMO(유전자재조합식품), MSG논란, 광우병, 기후변화, 원자력 안전 등 과학적인 이슈는 끊임없이 터지고 이에 대한 반응도 꽤나 다양하다. 여기서 이슈 자체의 난해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전 황우석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동네 슈퍼아주머니도 3번 줄기세포가 어떠니 하는 논평을 하였던 사실을 보면 분명 그런 것 같다. 요즘은 시간과 노력만 투자한다면 누구나 전문가요 비평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이렇게 전문적이고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접할수록 점점 더 명석해지고 이슈들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과학적 혹은 사회 문화적 이슈와 관련된 대중의 반응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천안함 사태, 광우병, 라면 속 벤조피렌 문제 등 관심이 집중되는 이슈에 대해 우리는 과연 과학적이고 냉철한 논리구조에 근거한 접근을 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은 아니오 인 것 같다.

그렇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1. 인간의 이성은 “진실”을 추구하는 수단이 아니라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투쟁수단이다.

인간은 이성을 가진 유일한 생물체이며, 이성을 통해 진리를 탐구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는 것이 통설이었다. 하지만 최근, ‘현실적인 인간은 고독한 진리탐구자가 아니라 부단히 의견을 다투는 사람이며, 인간의 합리성이란 것도 상대를 이기려는 욕망이 논쟁의 영역에서 발현되면서 발달되어온 능력’이라는 주장 이성적 사고에 관한 논쟁 이론(argumentative theory of reasoning), 행동·뇌과학 저널(The Journal of Behavioral and Brain Sciences)
이 제기되고 있다.
즉, 인간은 어떤 문제에 대해 시비(是非)를 가리는 것을 중시하는 척 하지만 실제는 호불호(好不好)를 따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이는 진화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권력(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주변 환경을 제어하는)이 미치는 영역을 계속 넓혀가려고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진화를 통해 체득한 속성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용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과학적 이슈와 관련해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자체가 과학을 통해 이룩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모두 과학적 원리가 숨겨져 있다. 예를 들어 각종 신용카드나 명함에 적용되는 규격 비율은 이른바 ‘황금비율’을 따르는 것인데 보기가 좋고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따질려고만 하면 주위에 꽤 많은 수의 과학적 이슈들(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을 논쟁거리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사실 과학이란 것은 완성된 하나의 결론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의 근원은 ‘가설’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이것을 합리적인 사고체계를 통해 끊임없이 수정을 가하는 것이 과학인 것이다. 즉, 과학이란 것은 객관적 사실로서 정적인 측면도 강하지만, 또한 언제든지 다른 주장을 통해 반증을 허용하는 동적 측면도 같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과학적 이슈와 관련하여 대중이 반응할 때 자신의 의견만이 진리이고 객관적 사실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혹여 자신이 단순히 타인과의 논쟁에서 ‘이기기’ 위한 마음만 가득한 게 아닌지 우선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2. 사람은 많이 알수록 타인에 대한 불신이 커진다.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수록 세상사가 단순하지 않으며 아무나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이는 비단 지식인들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은 대부분 누군가 나에게 공짜로 호의를 베풀 일은 거의 없으며 항상 해로운 ‘남’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며 생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과학용어를 빌리자면 ‘신뢰격차(the trust gap)’라 하는데 미국에서 실시된 한 재미있는 실험결과를 소개하겠다. 이 실험에서 피실험자들은 한 집단에서 타인이 얻는 성과물(일종의 가벼운 상금)을 자신과 나눌 가능성을 예측해보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리고 피실험자들은 약 50%정도가 나눌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의외로 실제 실험을 해보니 상을 받은 타인들의 약 80%정도가 피실험자들과 상을 나누는 결과가 나왔다. 즉, 사람들은 실제 다른 사람의 생각과 상관없이 타인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이다.
일반화할 수 없는 예이긴 하지만 그냥 흘려들을 수는 없는 듯하다.
과학적 이슈들과 관련된 수많은 논쟁과 비방, 무분별한 의심과 비판들이 생기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타인에 대한 근거없는 불신임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사고 방식의 필요성

과학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과학 지식을 설명하는 데 있어 전문용어를 많이 쓰는 등 매끄럽게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이는 지식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다소 이해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일반 대중들이 모두 과학자 수준의 지식을 갖추어야 하느냐의 의문이 제기된다. 하지만 그에 대해 답은 일반 대중들은 그런 전문적 지식을 갖출 수도 없고 또,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즉, 대중에게 필요한 것은 최소한의 과학적 사고 방식이다. 철학 등 사회학 계통에서 항상 사용되는 논리학에 의하면, 어느 특정 주제를 논할 때는 그에 대한 정확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과학적 이슈와 관련하여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그러한 방식이 일상화되면 일반 대중들이 자신들의 주장에 대해서 근거 제시를 요구받을 때 모 연구소에서 그랬다더라 라는 식의 모호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비단 일반 대중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등 언론과 정부의 조사 발표 등에 있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원칙이다.
과학이라 하면 보통 원소기호, 복잡한 계산식 등을 떠올리며 마냥 어렵게만 생각하지만, 실상 과학의 본질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질문인 왜? 무엇 때문에? 라는 의문에서 기초하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과학 뿐만 아니라 모든 학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보인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무엇인가 흥미를 유발하는 주제가 주어졌을 때 이것은 왜? 무엇 때문에? 라는 의문을 품게 하는 습관이 형성되도록 해야 한다.


과학 교육의 대상

현재 우리나라 과학 교육의 문제는, 과학 교육을 청소년 대상으로만 필요하다고 국한시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 자체가 일반 대중들을 점점 더 과학치로 만들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과학 공부는 끝이다’라는 인식이 문제인 것이다. 과학을 배우기 싫어하고 제대로 된 접근방식도 취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과학적인 이슈에 대한 목소리는 높이고 싶어하는 모순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다.
따라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할이 필요하다.


과학 이슈 접근의 다양성

과학 이슈라 하면 단순히 물리, 화학, 첨단 기술 등에 대한 이슈만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생각 외로 우리 일상생활 및 사회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이슈가 꽤 많다.
예를 들어, 군사 과학이라고 하면 무기나 각종 장비제원 등에 대한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한다. 이는 군대라는 개념이 우리 사회에서 참으로 당연시되면서도 또 한편, 다른 영역일 뿐이라고 생각되는 사고에서 비롯된다.
서울에 모 대학에서 한 심리학 교수가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해 보았다. “혹시 가족이나 지인 중에 군대와 관련된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실제 군인 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없습니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그 결과를 보고 다시 “그러면 가족이나 지인 중에 군대갔다 온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있습니다”라는 답변을 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의 대다수의 남성들은 군대를 경험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 및 주위 여성들 중 대부분은 자신이 군대와 관련이 있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그리고 더 나아가 군대 문화는 그냥 당연한 것이고 그 주제에 대해 무언가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인, 즉 과학적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려는 시도 자체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여기서 군대 이야기를 한 이유인즉슨,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며 마냥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많은 주제들이 사실 과학적인 접근을 시도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총기사고 등 사회적 이슈가 터졌을 때, 다분히 병영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며, 부대관리의 중요성 등 의례적인 대처법들에 대한 의견이 많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면 평상시의 부대 내 관리, 인사관리, 사건을 일으키게 만든 저변 심리적·환경적 문제 등에 있어서 보다 과학적인 시선으로 다루어야 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방식으로 접근하다보면 병사 관리에 대한 과학적 고찰 즉, 심리학, 생물학 등 이외에도 한국사회의 여러 가지 분야(정치 사회학적 문제, 유교문화 등)를 또한 건드릴 수 있게 된다. 결국, 꽤 다양한 분야에서 문제를 탐구하게 되면서 문제 해결 방안 연구가 보다 충실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모든 과정에서 전문가와 대중들의 진지한 커뮤니케이션이 일종의 트리거 역할과 윤활유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행동하거나 선택하는 것들에 대해 과학적 원리를 찾아보고 논리적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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