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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적 혁신 없이 한국의 미래 없다 _ 한국미래연구원 by 이각범
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15-06-12 09:26:20

한국미래연구원, 동양적 혁신없이 한국의 미래 없다, 이각범

 

중국 알리페이가 곧 국내 편의점 2만 곳에 모바일 결제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산업이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서 금융과 IT의 융합추세에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사이에 중국의 새로운 창의기업이 세계적 규모로 성장하여 한국의 핀테크 결제시장을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은 자신이 성공한 요인을 세 가지에서 찾는다. 

  첫째, 그는 돈이 없었다. 둘째, 그는 기술이 없었다. 셋째, 그는 전략(계획)이 없었다. 

  “돈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돈으로 안 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돈 없이도 아이디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창업했다 … 기술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기술에 매몰되어 있어서 협력할 줄 모르는데 인터넷을 사용할 줄만 알았지, 인터넷을 만드는 기술은 전혀 모른 나는 훌륭한 기술자들을 우대하고 더불어 협력할 수 있었다 … 전략을 만들라고 의뢰하면 아마도 스텐포드 대학의 비즈니스 스쿨 같은 곳에서 몇 백 페이지짜리 훌륭한 전략보고서를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나는 초기에 그럴 돈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전략이 없었으므로 오히려 변화하는 환경에 즉각적으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창업한 지 불과 10여 년 만에 시장가치 기준으로 세계 최대 IT기업을 일군 마윈 회장은 기업의 성공에 필요하다고 하는 세 가지를 모두 갖추지 못했지만(三無), 중요한 한 가지는 분명히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의명분을 강조하는 기업철학이 그것이다. 즉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전체사회와 특히 중소기업을 위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양적 혁신」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재계를 강타하고 있는 커다란 사건은 이와 같은 철학이 부재하여 생겨난 것이다. “돈이면 다 된다”는 물신주의의 노예가 되어 부(富)를 이루고 나서도 돈과 권력을 끊임없이 탐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증식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편에서는 가난하고 어려웠던 젊은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 집단적 증오심 (ressentiment)의 포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수직적 사회이동 (vertical social mobility)의 정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가난한 청소년기를 배려심과 애국심으로 승화시키고, 때로는 철학적으로도 「대승적 포용심」을 갖추기까지 한 훌륭한 인격들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권력과 돈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이 이른바 지하철인맥을 형성하고 정·재계를 넘나들며, 우리나라의 중요한 자원분배에 영향력을 행사하였다면 이는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 볼 일이다. 

 

  이렇게 오염된 지배층이 여·야를 넘어서 정경유착 고리의 중심에 있다면 국민의 의식 또한 오염되기 마련이며, 그렇게 오염된 국민은 다시 그러한 정치인을 선택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학에서 말하는 「행위의 구조화」 이론처럼 이러한 반복은 필연적으로 우리나라 정치·경제 구조 전체를 오염시킬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를 혁파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만 조사하고, 그 이상 이 문제를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또 다시 상대적으로 깨끗할 수도 있는데 “재수 없어 걸린” 몇몇 사람의 문제로 그치고, 전체 구조는 손을 대지 못한 채 끝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문제가 정치권 내부의 거래에 의해 사주팔자 (luck) 문제로 은폐·축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은 여·야 정당이나, 진영에 대해 일체 고려하지 않고 부패와의 전쟁을 과감하게 선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정치·경제구조를 쇄신하는 커다란 전기를 마련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지금 사회, 경제,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청년실업자가 많고 은퇴 노년층의 외로움과 절망은 커지는 현실은 화합과 타협으로 사회적 에너지를 모아야 극복이 가능할 것인데, 오히려 갈등이 확산되어 나라 전체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고도성장기의 과거는 잊어버리고, 저성장기의 경제 환경, 즉 뉴 노멀(New Normal)을 수용하고 적응하기 위해 경제 주체 간의 합의가 필요할진대 그에 이르는 길은 요원하다. 민주주의는 점점 더 벼랑 끝으로 가고 있다. 선진민주국가인 미국 등지에서는 금권정치(plutocracy)가 대의민주주의를 로비스트민주주의로 강등시키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민주국가에서는 대중선동정치의 폐해가 커지면서 국가 거버넌스가 위협받고 있다. 중국은 서구민주주의의 폐단을 지적하며 협상민주주의 (consultative democracy)가 국가통치에 국민의 뜻을 가장 잘 반영하는 민주적인 방법이라 주장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한 아시아 나라로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국가라고 칭송받던 한국 민주주의의 실상은 현재 선동정치와 포퓰리즘의 극성으로 그 취약점을 노정하고 있다. 지금 우리사회에는 희망의 전진을 위한 사회적 결속의 구심력보다는 갈등과 사회적 해체를 재촉하는 원심력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말로 가난하고, 헐벗은 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사회복지의 혜택마저 정략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이다. 


 

이러한 부조리와 취약성을 극복하고, 우리나라를 새롭게 전진하는 국가로 바꾸려면 「동양적 혁신」을 기본철학으로 실천한 마윈처럼, 정치·경제 지도층부터 당장의 이익보다 국가와 사회 전체를 위하여 ‘육참골단(肉斬骨斷,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하는 대의(大義)적 혁신이 필요하다. 지도층이 먼저 「수단·목적 합리성」을 과감하게 배격하고 대의를 중시하는 철학적 기반 위에 서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번영을 구가하게 하였던 기존산업과 더불어 새로운 창조산업을 같이 발전시키는 슬기로운 병진(竝進)정책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하드파워 위주의 발전성과를 바탕으로 창조와 혁신을 통한 소프트파워가 주축이 되는 창조경제를 일으킴으로써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가 새로운 희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어려워지는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구심력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와 경제 모든 분야에서 지축을 흔드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 작성자: 이각범  (카이스트교수, 한국미래연구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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